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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괴담 모음

오싹오싹한 중고차 괴담 (빨간 자동차에 서려 있는 한 많은 아이의 영혼)

 

 

 

쏴아아아아아이아~~~~~~~~~~~~

 

 

아으.... 역시 차는 빨간색이지....

중고차 시세 떨어진다고 회색이나 흰색 차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참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남자는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는 셀프 세차장에서 고압수를 열심히 뿌리며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불렀다.

 

 

남자는 세차를 마친 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인 차를 직접 운전하여 부산으로 휴가를 갈 생각이기 때문에 마음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1년 치 월급을 알뜰히 모아서 산 저렴한 중고차지만 그에게는 세상에 그 어떤 고급 슈퍼카보다 더 소중했다.

 

 

빡세게 세차를 마친 후 남자는 잠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고 한숨을 돌렸는데....

잠시 한눈을 팔다 돌아보니 웬 꼬마가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방금 세차를 끝내 번쩍번쩍한 남자의 차 앞바퀴 옆에 쪼그려 앉아있는 게 아닌가?

 

세차장 사장 집 딸인가?

 

남자는 별 의심 없이 꼬마 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얘? 뭘 그리 유심히 쳐다보니? 차에 아이스크림 묻히면 안 된다?

삼촌이 정말 힘들게 세차를 했거든....

 

그러자 꼬마는 남자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한참 후, 뜬금없이 남자에게 퀴즈를 내었다.

 

 

아죠씨?

근데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왜 죽었는지 아세요? 

 

엥? 얘 갑자기 뭐지? 

가뜩이나 넌센스에 약한데 갑자기 웬 퀴즈를 내고 그래?

 

글쎄에에에.... 근데 아이스크림이 죽기도 하니?

 

 

차가 와서요....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죽은 이유는 차가 와서 그래요....

에이 아죠씨 센스 하나도 없다. 저 갈래요~

 

그러더니 꼬마는 벌떡 일어서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뭐 차가와서 아이스크림이 죽었다고?

 

남자는 썰렁하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차에 시동을 걸고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이야... 살다 보니 내 차를 몰고 휴가를 가는 날도 오는구나?

해운대 가면 이쁜 아가씨나 하나 꼬셔서 옆에 태워봤으면 좋겠다.

 

 

남자는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별의별 행복한 상상을 하며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고

얼마쯤 갔을까? 배가 고파진 남자는 잠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휴게소에 들려 주차를 했다.

 

 

역시 부산이 멀기는 멀구나....

여기서 소떡소떡이랑 아이스크림 좀 사서 먹으면서 가야지....

 

그런데 먹을거리를 사 들고 차에 돌아오니 놀랍게도 아까 세차장에서 봤던 꼬마가 차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너는? 아까 그 아이스크림?? 차가와서요? 걔 맞지???

 

꼬마는 이번에도 대꾸 없이 남자의 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넌지시 부탁을 했다.

 

아죠씨, 제가 차 안에 물건을 두고 내려서 그런데 제 물건 좀 꺼내 가면 안 돼요?

 

 

엥? 얘 뭐지?

얘 부모도 오늘 부산 쪽으로 휴가 가는 길이었나?

세차장부터 시작해서 설마 이 모든 일이 우연이겠지?

 

 

남자는 좀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크게 의심은 하지 않고 꼬마에게 물었다.

 

근데 꼬마야 아까 세차장에서 내 차를 몰래 타기라도 했던 거야?

세차하느라 문이 열려있기는 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차까지 탔었다고?

그래 어디에다 두고 내렸는데?

 

그러자 꼬마는 대답 없이 조용히 손가락으로 뒷좌석 쪽을 가리켰다.

 

 

세차장에서 내가 한눈 팔 때 뒷좌석에 탔었구나?

 

남자가 뒷좌석 문을 열어주자 꼬마는 물건이 있는 곳을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듯 재빨리 뒷좌석 문 포켓에 박혀 있던 물건을 꺼내 다람쥐 같은 발걸음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얘? 고맙다고 인사는 하고 가야지? 

 

 

남자는 저 멀리 휴게소 건물 쪽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꼬마를 바라보다 문득 아이가 놓고 내렸다는 물건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의 차에는 차 안 내부 녹화까지 가능한 최신형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남자는 아까 휴게소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운전석에 걸터앉아 블랙박스 녹화본을 보기 위해 스마트폰과 연결하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비싼 게 좋기는 좋구만.... 좀 비싸긴 해도 최신형 5세대 블랙박스를 사길 잘했어!

 

그는 꼬마가 놔두고 갔다는 물건도 궁금했지만 실은 비싼 돈 들여 설치한 차 내부까지 녹화되는 최신형 블랙박스를 처음으로 테스트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어디 보자....

후다닥, 후다닥후다닥하는 게 정말 날다람쥐 같은 녀석이네?

어라? 지갑인가??

 

꼬마 동작이 너무 빨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꼬마 손에 쥐어진 것은 토끼가 수놓아진 천 지갑이었고 분홍색 천에는 얼룩 한 핏자국 같은 게 잔뜩 묻어있었다.

 

섬찟한 생각이 든 남자는 꼬마가 손에 쥔 지갑 부분을 확대해 보았고 핏자국이 묻은 토끼 아랫부분에는 아마도 잃어버리지 말라고 엄마가 새겨준 듯한 아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배민영? 배은영? 

설마 그때 그 뺑소니 사건?

 

 

얼굴이 굳어진 남자가 블랙박스 녹화화면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아이의 이름과 교통사고 키워드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1년 전 경기도의 인적이 드문 국도에서 한 여자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음주 운전이 발각될까 봐 겁을 먹은 운전자가 아이를 뒷좌석에 태워 인근 야산에 유기하고 도망쳐서 아이가 결국 숨진 사건이 검색되었다.

 

남자는 입에 문 아이스크림이 뜨거운 햇살에 녹아 시트를 더럽히며 흘러내리는지도 모르고 한동안 멍하니 먼 산만 바라봤고 그의 머릿속에는 아까 세차장에서 꼬마가 냈던 퀴즈 문제만이 몇 번이고 맴돌았다.

 

 

아죠씨?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왜 죽었는지 아세요?

그건 바로 차가 와서요...... 

 

 


아래 유튜브 링크로 들어가시면 본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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